내 살인 사건이 실시간 중계된다
Language: ko

새벽 3시. 납덩이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섰다. 낡은 복도의 센서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계단 두 칸을 채 오르기도 전, 등 뒤에서 ‘딱, 딱’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는 핸드백 끈을 바짝 죄어 잡고 위층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나를 쫓아오던 발소리가 어느 순간 멈추더니, 대신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가 규칙적으로 바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위층 사는 이웃인가 보다.’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열쇠를 꺼내려 속도를 줄였다. 바로 그 순간, 눈앞에 반투명한 글자들이 신기루처럼 떠올랐다. [대박! 저 여자가 바로 그 전설적인 미제 사건 주인공이야?] [멈추지 마, 달려! 범인이 바로 뒤에 있다고! 하이힐을 손에 끼우고 여자 발소리 흉내 내는 중이야!] [혼자 사는 여자가 저렇게 경계심이 없어서야. 이 새벽에 밤길을 혼자 다니다니, 표적이 안 되는 게 이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