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 대신 던전 보스가 되었다
Language: ko

나의 남편,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절대적인 보스였던 그 남자는 가짜 죽음이라는 비겁한 수단으로 내 곁을 떠났다. 홀로 남겨진 고성에서의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나는 게임 세계 속에서 몇몇 남성 플레이어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어느 평온한 오후, 정원에서 정갈한 애프터눈 티를 즐기고 있던 그때였다. 갑자기 시스템 전체에 울려 퍼지는 공지 사항. 내용은 ‘로즈 공작’의 불행한 최후를 알리고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엄습했다. 명색이 공작부인이었지만, 나는 그저 아름다운 껍데기뿐인 ‘쓸모없는’ 존재였다. 평생을 안온한 삶 속에 파묻혀 살았을 뿐, 던전 공략이나 전투 같은 것엔 발끝조차 담가본 적 없었으니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방황하던 찰나, 내 시야 위로 빼곡한 실시간 채팅창, 즉 ‘탄막’들이 흘러갔다. 누군가는 보스가 자신의 정체 때문에 겁먹을 아내를 배려해 가짜 죽음을 선택하고 일반 플레이어로 위장했다며, 이 얼마나 짜릿한 설정이냐며 열광했다. 또 다른 이들은 나 같은 무능한 부인은 평생 화초처럼 박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보스가 이미 최고 권한을 넘겨주어 이 던전 안에서는 무적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