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나는 네 종이반지를 버렸어

Language: ko

온몸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젖어 있을 때였다. 남우는 그제야 느지막이 나타났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우산 아래에는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큰 체구는 그 사람을 거의 완전히 덮다시피 감싸 안고 있었다. 지나치게 기울어진 우산 탓에 그의 한쪽 어깨와 몸통은 반쯤 흠뻑 젖어 들어갔지만, 남우는 그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웃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발견한 순간,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굳어졌다. “미안해, 시아청. 많이 늦었지.” 우산 밑에 있던 여자애가 안절부절못하며 얼른 사과를 건넸다. “언니, 죄송해요. 제가 남우 오빠 우산에 얹혀타는 게 버릇이 돼서요. 오늘도 뻔뻔하게 데려다 달라고 졸랐지 뭐예요. 오빠 품이 워낙 넓어서 그런가, 안겨 오는데 안정감이 정말 장난 아니더라고요.” 얹혀타는 게 얼마나 반복되어야 ‘버릇’이 되는 걸까. 나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저 희미하게 웃으며 그들의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늘처럼 쫓아 달릴 뿐이었다. 앞머리를 타고 흘러내린 빗물이 목덜미를 적셨지만, 내 머리 위로 우산이 기울어지는 일은 끝내 없었다. 그날 저녁, 나는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밤새도록 이어지는 두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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