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손가락을 잃고 당신을 버리기로 했다

Language: ko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빙벽의 틈, 그 서늘한 죽음의 경계로 돌아와 있었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극지 탐사대에 자원했다. 그리고 임무 수행 중, 아내의 가슴속에 평생 '지우지 못한 첫사랑'으로 남은 강지훈과 함께 빙하 틈새인 크레바스로 추락했다. 생사의 기로였다. 아내가 던져준 구명 밧줄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구하려던 손을 멈추고, 삶의 기회를 지훈에게 양보하기로 결심했다. 이 모든 것은 지난 생의 처절한 기억 때문이었다. 지난 생에서 나는 극적으로 구조되었지만, 강지훈은 끝내 얼음 아래 묻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그가 죽고 난 뒤, 아내 오세아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그녀는 즉시 탐사대를 탈퇴하고 태교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날, 그녀가 지은 아이의 성은 내 성인 '송' 씨가 아닌 강지훈의 성인 '강' 씨였다. 그리고 그녀는 날카로운 칼날을 내 가슴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오세아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는 증오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건 지훈이와 나의 아이야. 당신 때문에 이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를 잃은 유복자가 됐어.” “그 사람이 죽었는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살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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