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일기장에 두 엄마가 있었다
Language: ko

학부모 상담이 끝나고, 나는 몸을 숙여 딸아이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아이의 작문 숙제에 등장했던 '또 다른 엄마'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하은이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아빠가 매번 데려다주는 그 아줌마인데, 아빠가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다는 것이다. 교문 앞, 남편 도준은 평소처럼 차에 기대어 서서 웃는 얼굴로 선생님이 딸아이의 글짓기를 칭찬해 주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하은이의 작문 노트를 돌돌 말아 가방에 쑤셔 넣으며, 집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상담 시간, 선생님이 하은이의 글을 낭독했을 때 교실 안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던 순간이 떠올랐다. 하은이는 자기에게 엄마가 둘이라고 썼다. 한 명은 집에 살고, 다른 한 명은 아빠의 '다른 집'에 산다고. 몇몇 학부모가 풋, 하고 낮은 웃음을 터뜨렸고 선생님은 당황한 기색으로 서둘러 다음 장을 넘겼다. 맨 뒷줄에 앉아 있던 내 손안에서 생수병이 찌그러지며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