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남편의 15억 비자금은 제겁니다

Language: ko

남편이 세 번째 담배꽁초를 비벼 끄며 이혼을 선언하는 순간, 내 코끝에는 난데없이 소독약 냄새가 스쳤다. 그건 전생에서 그를 간병하며 보냈던 10년의 냄새였고, 하나뿐인 딸이 내 코앞에 삿대질하며 ‘죄인’이라 몰아세우던 악취였으며, 병상에 누워 전남편이 어린 가사도우미와 재혼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산소마스크 너머로 번지던 절망의 숨결이었다. 지금 그는 잔뜩 꼬인 말투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랑하게 됐어. 서윤이 친구야.” 나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뜯지도 않은 금연 사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작년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사 온 것이었다. 이제 와 보니 참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래, 그러자.” 내 목소리가 공중으로 가볍게 흩어졌다.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 사람처럼. 전생의 나는 히스테릭하게 웨딩 사진을 내던지며 울부짖었었다. 딸아이에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냐고 매달렸다. 결과는 어땠나? 그 여우 같은 계집애는 부모에 의해 해외로 보내졌고, 남편은 밤낮없이 술에 절어 살다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나는 휠체어를 밀며 그의 재활을 도왔다. 10년 동안 신발 일곱 켤레가 밑창이 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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