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의 겨울을 녹인 기적의 기술
Language: ko

차가운 독일제 밀링 머신의 금속 표면을 손끝으로 훑었다. 이번만큼은 똑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내 이름은 한서윤. '남겨진 아이'라는 세 글자는 내 골수까지 깊게 박힌 낙인과도 같았다. 내가 태어나던 날, 아버지는 쌍둥이 언니를 품에 안고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었다고 한다. 간호사가 검고 왜소한 나를 뒤늦게 건네기 전까지는. 나를 본 아버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이게 정말 내 자식이 맞나?"라고 중얼거렸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사업을 하겠다며 서울로 상경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 착하고 속이 깊잖니. 여기 남아서 아빠가 다니던 공장을 네가 이어받으렴"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언니는 "서윤이는 튼튼하고 힘도 좋으니까 공장이 딱이야"라며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지난 생에서 나는 철강 공장의 가장 젊은 여성 밀링공이 되었다. 월급은 한 푼도 빠짐없이 서울로 보내졌고, 그 돈은 그들의 사업 밑천이 되었다.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타 수천억대 자산가가 되었지만, 정작 나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파도 속에서 마지막 남은 퇴직금마저 가족들에게 빼앗겼다. 그 시리고 시렸던 겨울, 나는 고립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