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더 이상 그녀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Language: ko

구 회장님이 내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아마 그는 우리 사이의 양자 입양 합의서에 찍힌 인장을 만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메시지 내용은 간단했다. [그녀에게 이제 더 이상 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약속대로, 저는 이만 떠나겠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 4주년 기념일이었다. 구유진이 내게 호텔 카드키를 건넸을 때, 그녀의 눈 속에 일렁이던 교활함은 마치 독을 바른 꿀 같았다. “해원아, 널 위한 선물이야.”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생기 넘치는 설렘은, 지난 20년 동안 내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방문을 여는 순간, 가장 익숙한 숨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침대 위에서 엉켜 있는 두 그림자. 그녀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남자는, 나와 한 이불을 덮고 자라며 형제나 다름없던 강태준이었다. 유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느릿하게 샤워 가운을 여몄다. 그녀의 말투는 수술용 메스보다 더 차갑게 파고들었다. “내 감정 부전증이 나은 게, 온전히 네 공이라고만 생각하지 마.” 그녀가 가볍게 웃었다. “욕망이 뭔지 가르쳐준 건 태준이야. 넌 날 떠나지 못할 거고, 태준이도 우리 우정을 깨고 싶어 하지 않아. 우릴 받아들여. 그러면 이 결혼은 유지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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