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남편이 내 아기의 피를 원해요

Language: ko

내가 서하준을 처음 만나고, 그와 사랑에 빠진 날은 모두 5월 20일이었다. 현재 나는 임신 중이고, 출산 예정일은 8월이다. 서하준의 어머니는 이 배 속의 아이가 아들이라면 그제야 혼인신고를 허락하겠다고 못 박았다. 내 배를 어루만지며 하준은 소년처럼 해맑게 웃었더랬다. “우리 아기도 5월 20일에 태어나면 정말 기적 같지 않을까? 그럼 완벽할 텐데.” 나는 그저 그가 짓궂은 농담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 5월이면 아이는 겨우 24주밖에 되지 않는다. 그때 수술해서 억지로 꺼낸다면 아이가 살아서 인큐베이터 밖을 나올 확률은 희박하니까. 하지만 도시락을 전해주러 그의 회사에 갔던 날, 사무실 문틈으로 새어 나온 목소리는 내 모든 세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그는 의사 친구와 단둘이 이야기 나누는 중이었다. “5월 20일에 무조건 제왕절개 수술을 잡아야 해. 이 아이의 탯줄혈액이 설아의 각막 이식 거부 반응을 치료할 수 있대. 설아에게 줄 5월 20일 기념 선물이자, 우리 결혼 1주년 선물이야.” “그럼 임은수는? 은수 자식이기도 하잖아. 순순히 동의하겠어?” 의사 친구의 말투는 지나치게 가벼웠다. “아이 하나쯤이야. 살면 다행이고, 못 살면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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