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에야 나를 믿으시나요
Language: ko

허공을 떠돌며 아래에 쓰러져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엄마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 찼다. 이번에도, 나는 엄마를 창피하게 만들고 말았나 보다. 모든 일은 그놈의 10km 완전군장 산악 구보에서 시작됐다. 엄마는 우리 중대의 중대장이었다. 그녀는 혹여라도 생길 특혜 논란을 피하고자, 천식을 앓고 있는 나를 기어코 훈련에 참여시켰다. 20kg이 넘는 군장을 짊어지고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나는 찢어질 듯한 폐를 움켜쥐며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절반쯤 왔을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증상을 완화해 줄 흡입기를 꺼내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끝이 채 닿기도 전에, 뒤따라오던 박하은이 낚아채듯 그것을 뺏어 산 아래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대열 맨 앞에 선 엄마의 환심을 사려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중대장님! 이서윤 이병이 또 꾀병을 부리려고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끝까지 책임지고 뒤처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엄마는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 서려 있었다. “온 중대원이 너 하나 때문에 지체되고 있어. 부끄럽지도 않니?” “못 걷겠으면 기어서라도 가. 그것도 못 하겠으면 그냥 굴러버려. 여기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