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뱀껍질을 벗은 여자

Language: ko

그날 밤, SNS 피드를 넘기던 내 손가락이 돌연 멈춰 섰다. 유채리의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호텔 거울 앞에서 찍은 셀카는 묘하게 은밀한 기운을 풍겼다. 그녀의 손 곁에는 커다란 리본이 달린 고급스러운 란제리 박스가 놓여 있었다. [남친이 새로 사준 건데, 예쁜가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낮에 내 손에서 택배 상자를 가로채며 주소를 잘못 기입했다며 당황해하던 비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불과 며칠 전, 남편 도준은 내게 물었다. “요즘은 와이어 없는 브라가 더 편하다며?” 그때 나는 그가 드디어 내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바보처럼 웃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남자는 철이 늦게 드는 게 아니라, 마음을 쏟을 대상을 바꿀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아무 말 없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그 화면을 캡처해 남편에게 전송했다. [세트로 사면 20% 할인되는데. 당신 살림 재주 참 없다.] …… “사모님, 제가 주소를 착각했습니다.” 비서는 내 손에 들린 상자를 보며 어색하게 해명했다. “아직 안 열어보셨죠?” 택배 봉투 겉면에는 품명이 없었지만, 이 브랜드의 상자 감촉을 모를 리 없었다. 나는 옅게 미소 지었다. “손 안 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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