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사망한 아내가 결혼식을 망쳤다

Language: ko

길을 걷다 남편의 오랜 고향 친구 둘과 우연히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하려던 찰나,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화가 내 발을 묶었다. "서준이 녀석, 결국 고생 끝에 낙이 오네. 드디어 재혼한단다." "그러게 말이야. 전처가 명 짧은 인간이라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죽어버렸잖아." 머릿속이 하얗게 굳어버렸다. 내가 이렇게 눈을 뜨고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는데, 누가 죽었다는 건가? 그리고 재혼이라니, 그건 또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주서준과 내 아들은 이제 곧 세 살이 된다. 우리의 결혼식은 무려 5년 전에 올렸는데, 대체 그가 누구와 재혼을 한다는 말인가.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신부의 이름이 '서다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결혼식의 장소와 시간을 조용히 메모하고는, 기척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주말, 나는 메모해 둔 주소대로 호텔 식장에 도착했다. 번쩍이는 조명 아래, 로비는 하객들로 북적였다. 나는 신부 측 축의금 접수대로 가, 5만 원권 몇 장을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축의금 명부를 적던 남자가 나를 올려다보며 이름을 물었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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