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miri

나는 당신의 속죄 도구가 아닙니다

Language: ko

남자친구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였고, 나는 세상 부러울 것 없이 곱게 자란 재벌가 외동딸이었다. 전쟁 지역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는 징계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친 환자들을 내팽개친 채 미친 사람처럼 폐허 속으로 뛰어들어 나를 파냈다. “너한테 손톱만큼이라도 상처가 나면, 나 진짜 미쳐버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는 먼지투성이가 된 내 손을 꼭 쥐고 지옥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사람처럼 내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노트북을 빌려 아버지께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부 이메일을 보내려던 순간, 그가 가슴속 깊이 묻어둔 첫사랑에게 쓰다 만 임시 저장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그 사고에서 내가 너를 이렇게 지켜줄 수 있었다면… 우리, 헤어지지 않았을까?]

Start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