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생아는 내 상속인이 아닙니다
Language: ko

하얀 눈이 뒤덮인 설산 자락, 심설아가 내 약지에 프로포즈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자마자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실은 어젯밤에, 나 네 친구랑 잤어."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멍하니 그녀의 입술이 부지런히 달싹이는 모양을 바라만 보았다. "우리 묵었던 그 트윈룸 있잖아. 네 옆 침대에서." "너 깰까 봐 걔가 이 악물고 신음을 참는데, 그게 그렇게 자극적이더라." "매트리스가 흔들릴 때마다 네 눈치 보면서 내 허리를 부서질 듯 안고 흔들어 대는데…… 극도로 억누르면서도 결국 이성을 잃어버린 그 모습이 너무 섹시해서, 나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말았어." 나는 굳어버린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목소리가 주체할 수 없이 떨려 나왔다. "설아야, 오늘 우리 프로포즈하는 날이잖아. 이런 악질적인 장난은 치지 마." 하지만 설아는 눈꺼풀을 내리깔며 저만치 서 있는 임하준 쪽으로 턱끝을 살짝 까딱였다. 담담한 어조였다. "장난 아니야. 못 믿겠으면 저기 뒤돌아서 직접 봐." 목뼈가 삐걱거리는 것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향해 부케를 흔들어 보이는 하준이가 보였다. 그의 셔츠 깃은 풀어헤쳐져 있었고, 목덜미와 쇄골에는 붉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