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상은 당신 없이도 나았어요
Language: ko

장거리 연애 3년. 한 달 내내 야근을 하며 겨우 시간을 내어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 그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낯선 타지에서 홀로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녀는 느긋하게 답장을 보내왔다. 수화기 너머로 내 가장 친한 친구인 태오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민우야, 깜짝 놀랐지! 여수 내가 먼저 한 바퀴 돌았는데 진짜 대박이더라. 윤서연이 가이드 노릇 하나는 끝내주게 하네!” 그는 서연의 휴대폰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해맑게 여행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태오가 “아, 진짜 춥다” 하고 중얼거릴 때까지. 그제야 서연이 전화를 건네받아 짤막하게 말했다. “나 얘 호텔 먼저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좀만 더 기다려.” 차가운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지자, 나는 문득 물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서연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서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네 친구잖아. 겨우 이런 일로 질투하는 거야?” 대놓고 타박하는 말투에 더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서울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운전기사는 내 몰골을 힐끗 보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