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인생을 망친 소수점
Language: ko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믿을 수 없게도 대학원 석사 1년 차의 어느 날로 돌아와 있었다. 비좁고 어두운 계단실. 희주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얼굴로 학비 독촉 고지서를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발갛게 충혈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기억한다. 전생의 그날, 희주는 학비를 낼 돈이 없다며 이곳에 주저앉아 울었고, 나는 과외를 하며 아득바득 모아둔 전 재산 400만 원을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건넸다. 희주는 나를 껴안고 오열하며, 내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졸업하던 해, 내가 공들여 쌓아온 실험 데이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뒤, 희주는 나와 완벽히 일치하는 주제의 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했다. 심지어 내 지도교수였던 정 교수와 결혼까지 발표하며. 눈이 뒤집혀 달려가 따져 묻는 내게, 그녀는 정 교수의 팔짱을 낀 채 서늘할 정도로 덤덤하게 말했다. “다인아, 너 약 먹을 시간 지난 것 같아. 피해망상이 심해지네.” 그렇게 나는 강제로 정신병원에 끌려갔다. 3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일같이 진정제 주사를 맞으며 정신이 몽롱해진 채로 지내다, 결국 차가운 병상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