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순백의 웨딩드레스
Language: ko

3년 전,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결혼식 소동은 나를 만인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전 남편이었던 지호는 식 도중 갑작스럽게 신부를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린 나는 그때부터 지독한 우울증에 갉아먹히기 시작했다. 그런 내 삶에 강태윤은 한 줄기 빛처럼 찾아왔다. 그는 다정함과 인내심으로 부서진 나를 조금씩 치유해 주었고, 하늘에 대고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드디어 행복을 찾았다고 믿었다. 오늘, 우리 결혼식이 시작되기 정확히 60분 전까지는. 태윤이 무표정한 얼굴로 신부 대기실에 들어와 내 앞에 들러리 드레스를 내밀었다. 이걸로 갈아입으라는 그의 말에, 순백의 웨딩드레스 자락을 움켜쥔 내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왜 이러느냐고, 대체 이유가 뭐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술만 달달 떨렸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향해, 태윤은 가벼운 헛웃음을 내뱉더니 마치 오늘 날씨라도 말하듯 툭 던졌다. 아, 깜빡하고 말을 안 했네. 신부가 바뀌었어. 그 여자는 태윤이 곁에 끼고 돌던 '노리개' 같은 존재였다. 그녀가 제대로 된 자리를 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이번 결혼식의 신부 자리를 그녀에게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태윤은 그러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