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잡는 규방 훈계록
Language: ko

어머니에게는 규방 훈계록 한 권이 있었다. 내가 일곱 살이던 해, 변방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허리를 굽혀 나를 안으려 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그사이를 가로막고 차갑게 말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했으니, 아무리 부녀지간이라 해도 남녀의 분별은 지켜야 합니다." 그날 이후 나는 외부의 사내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금해졌고, 아버지와 오라버니와 독대하는 일 역시 허락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금기를 어기면 반드시 벌받아야 했다. 어머니는 내가 범한 모든 규수의 도리에 어긋난 일을 빠짐없이 기록해 두었다. "영안 십이 년 삼 월 초엿새, 심소영은 회랑에서 큰오라버니와 단둘이 있었다. 분수를 지키지 못했으니 『여계(女誡)』를 스무 번 베껴 쓰도록 한다." "오월 열아흐레, 심소영이 돌계단에서 넘어졌을 때 사촌 오라버니가 손을 내밀어 부축했다. 규수의 예법을 지키지 못했으니 두 시진 동안 꿇어앉아 반성하도록 한다." "팔월 초이레, 심소영은 발 너머로 세자 저하를 몰래 엿보았다. 마음가짐이 흐트러졌으니 손바닥을 열 대 친다." 나는 줄곧 어머니가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이토록 엄격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외실이 낳은 심다정이 일곱 살이…